국세청, 소액주주 울리는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세무조사 착수

- ①주가조작, ②기업사냥꾼의 먹튀, ③상장기업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총 27개 기업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투자를 통해 기업 성장을 이끌고 궁극적으로 국민 부의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의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주가가 기업 가치를 공정하게 반영하고 기업 성과가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분배될 때 비로소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약 5조 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개인 순매수가 102조 원에 달했으나, 2023년부터 2024년에는 5조 원 순매도로 전환되었다. 이는 허위 공시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주가 조작 세력, 인수한 알짜 기업을 횡령으로 망가뜨린 기업 사냥꾼, 기업을 사유화하여 소액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일부 지배 주주들로 인해 주식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들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외면을 초래했으며, 국내 기업을 저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심화시켜 한국 경제 저성장의 한 원인이 되었다.

국세청은 이러한 주식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국가 경제에 막대한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교란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도 정당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불공정 행위 탈세자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사 대상은 주가 조작 목적의 허위 공시 기업, 먹튀 전문 기업 사냥꾼, 상장기업 사유화로 사익을 편취한 지배 주주 등 주식시장에서 소액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총 27개 기업 및 관련인이다.

허위 공시로 시세 차익 노린 주가 조작 세력

첫 번째 조사 대상은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대량 매도하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린 시세 조종 세력들이다. 기업의 신뢰성 있는 공시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일반 투자자들은 신사업 계획, 신규 계약 체결, 자금 조달 성공 발표 등 호재성 공시에 의존하여 투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세 조종 세력들은 이를 악용하여 신약 개발, 2차 전지 등 소위 '대박' 사업에 진출하거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허위로 공시하여 주가를 띄운 뒤 막대한 매매 차익을 누렸다. 소액 주주들은 호재성 공시가 사실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주가는 폭락하고 손실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허위 공시 후 평균 64일 만에 400%가량 치솟은 뒤 폭락했으며, 결국 허위 공시를 믿고 투자한 소액 주주들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반면, 대주주인 시세 조종 세력들은 조합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투자 조합'을 간편하게 설립하여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주식을 분산 취득한 후, 주식을 매도하여 납세 의무를 회피했다. 현행법상 대주주(소유 주식 비율 1~2% 이상 또는 시가 총액 10억 원 이상)의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30%의 세율로 과세하지만, 2024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시가 총액 기준이 50억 원 이상으로 상향되었다.

건실한 기업을 빈 껍데기로 만든 기업 사냥꾼

두 번째 조사 대상은 사채를 동원해 건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횡령 등으로 기업을 빈 껍데기만 남긴 기업 사냥꾼들이다. 이들은 인수 회사의 알짜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팔아치우고, 온갖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려 인수한 기업을 '알맹이 없는 회사'로 만들었다. 껍데기만 남은 회사는 횡령을 정상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회계 장부를 조작하다 상장 폐지되거나, 재무 상태가 악화되어 빚을 갚지 못해 파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었고, 종업원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또한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남의 명의를 빌려 회사를 인수했으며, 처벌받은 후에도 또다시 돌아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 대부분은 기업 사냥꾼들로 인해 주식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 폐지되었고, 거래가 재개된 기업이라도 주가가 인수 전 대비 86% 하락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기업 사냥꾼들은 빼돌린 회사 돈을 경영 자문 대가로 지급한 것처럼 위장하여 세금을 탈루하거나, 회사 비용으로 고가 수입차와 명품을 구매하고 특급 호텔과 골프장을 마음껏 이용하며 호화 사치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상장 기업을 사유화한 지배 주주

세 번째 조사 대상은 상장 기업을 '내 것'으로 여기고 우월적 지위에서 권한을 남용하여 소액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상장 기업 지배 주주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상장 회사의 호실적 발표 전, 자녀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로 하여금 해당 주식을 취득하게 한 후, 실적 발표로 주가가 상승하면 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녀 회사를 지원하는 등 주식시장 관련 규정을 위배하여 회사 내부 정보를 지배 주주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활용하며 소액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태를 보였다.

또한 이들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 합병,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자녀에게 세금 없이 자산을 이전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 대상 중에는 자녀가 소유하고 있는 법인의 주식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평가한 후, 이를 기준으로 아버지가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헐값에 이전한 사례도 있었다. 참고로 이번 조사 대상자의 자녀들은 증여받은 재산 가액의 약 92%를 축소 신고하여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세청의 강력한 세무조사 및 사후 조치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주식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소액 주주 등 투자자들로부터 이익을 부당하게 편취한 불공정 거래 탈세 혐의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금융 계좌 추적, 문서 복원 및 거짓 문서 감정 등 디지털 포렌식을 철저히 하고, 외환 자료, FIU(금융정보분석원) 및 수사기관 정보를 적극 활용하여 자금 원천, 거래 흐름 및 자금 유출 과정 전반을 꼼꼼히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숨겨 놓고 사치 생활을 누리며 납세 의무를 회피한 최종 귀속자는 끝까지 찾아내 세금을 추징할 것이다.


조사 대상자가 고의로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는 경우, 조세 채권 일실을 방지하기 위해 세금 부과 전이라도 압류(확정전보전압류)를 실시하고, 조세 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 범칙 행위 적발 시 수사기관에 통보하여 마땅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국세청은 자체 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수사기관 및 금융 당국과도 정보를 빈틈없이 공유하며, 향후 주가 조작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추가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주식시장의 불공정 탈세 행위 등을 모든 투자자들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 등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1조에 따라, 주권 상장 법인은 주요 사항 보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공시 규정에 따라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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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기자 다른기사보기